[시간이여 멈춰라, 그대는 ■■■/ 제 11화]

[시간이여 멈춰라, 그대는 ■■■/ 제 11화]

이즈미
나, 파파랑 마마가 말해서 모델일을 시작하게됐어
나는 최고로 귀엽고 예쁘니까, 모델이 되어서, 모두한테 귀엽다는 말을 들어야한다고. 사랑받아야한다고
모델 현장 스태프들은 파파랑 마마랑 다르게 화만 내서 싫지만
유우군은, 유우군만은, 계속 상냥하고 귀여워
몇 번이고 일을 하는 사이에, 자주 그 아이를 보게 되어서.... 맨날 혼자 있으니까 뭐하는지 궁금해서
말 걸었더니 대답해줬어. 별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뭐라고 말하면 열심히 대답해주고-
내가 모델일은 먼저 시작했으니까, 선배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걔한테 이것저것 가르쳐줬고
그랬더니 좋아해줬어. 유우군, 웃으면 귀여워
그 웃는 얼굴이 더 보고 싶어져서, 언제나, 그 애를 더 찾고 있었어. 찾으면 말을 많이 걸고 내가 다 먹지 못해서 남은 과자를 주고-
그것만으로도, 그 아이는 매우 기뻐해
유우군은 착해. 세상에서 제일 착한 아이. 언제나, 나를 행복한 기분으로 만들어 줘

이즈미
내 말이라면 다 듣고, 나한테 필요 없는 거라도 선물하면 기뻐하고. 정말 착해, 착한 아이지?

쿠누기
.........
....개구리의 자식은 개구리, 네요 (*일본속담: 부전자전이라는 뜻)

이즈미
? 지금은 개구리의 얘기가 아니잖아! 중요한 건 유우군의 얘기!

쿠누기
네네

이즈미
유우군은 말이야, 파파는 없고 마마는 아파서 혼자라서 불쌍하니까, 내가 함께 있어줘야 해
하지만 우리 파파도 마마도 그런 나를 방해하니까, 더 이상 필요없어. 파파도 마마도 필요없어-방해되니까, 이제 버릴거야
나는 여기서, 유우군과 함께 살아갈거야
너도, 방해하지 않을거라면 같이 있어도 돼. 너는 다른 어른들에 비하면 도움이 되고, 상냥하니까, 같이 있어도 좋아
네가 원한다면, 하인으로 고용해줄게

쿠누기
당신은 왕인지 뭔지인가요?
(아아, 뭔가 부러울 정도에요. 세나군, 당신의 그 작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건 어른들을 모두 바보취급하는 듯한 동화네요)
(그야말로 왕이나, 왕자님이나 공주님이 나오는 것 같은... 그런 동화의 주인공은 무적이고, 신의 사랑을 받고, 어떤 시련이라도 돌파하고)
(결국 최후에는, 경사났네 경사났어, 가 됩니다)
(Happily ever after.... 모든 악은 사라졌고, 사랑으로 맺어진 왕자와 공주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즈미
잠깐, 듣고있는거야? 대답은?

쿠누기
....아아, 죄송합니다. 조금 생각에 잠겨있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어린이의 치기로 일을 저지른 이 아이들을 꾸짖어서 부모님 곁으로 돌려보낸다... 라는 게 ‘어른의 대응’입니다)
(이 아이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억지로라도 손을 잡고 동화 세계에서 현실로 데려올 수 있죠)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고요. 나 따위가, 이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나도 아직, 스스로조차 만족스럽게 지키지 못하는 중학생의 아이인데요)

이즈미
....쿠누기, 선배

쿠누기
아, 네. 괜찮습니다, 제대로 듣고있어요
그것보다도, 음.... 일단은 유우키군에게 돌아갈까요. 그 아이, 혼자서 있을거고요

이즈미
그랬었지.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화장품을 발견해서, 열중해버렸어.... 나, 에헤헤, 예전부터 관심있었어서

쿠누기
화장은 마법이니까요

이즈미
마법? 무슨 이야기야? 바보인거야?

쿠누기
후후. 다행이네요 세나군, 제가 바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이성적인 어른이라서요

이즈미
너도 어린애잖아. 어른인척 하지마
....그게 아니고, 봐봐, 저거

쿠누기
저거요?

???
.......

쿠누기
? 뭔가요, 저건? 인형탈....?
이 백화점은, 저런 것까지 파는군요. 음, 영화 촬영 스태프가 놔둔 소품 같은 걸 말하는건가요

이즈미
아니, 저거, 뭔가-움직이는거 아니야?

???
.........

쿠누기
응? 어? 죄송합니다, 잘 안보여요....
요즘 수험공부같은 것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점점 눈이 나빠지고 있어서요

???
........

이즈미
그, 그러니까 움직인다니까 정말로! 이쪽으로 다가온다!

쿠누기
.....!?

이즈미
뭐, 뭐뭐, 뭐야 저건? 조금, 잘은 모르겠지만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