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
치아키
동시에. 이츠키라면 자신의 아틀리에가 타인의 작품으로 점령당하는 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범인은 예측했을거야
이츠키라면, 반드시 더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서 작업실에 늘어놓기 시작한다고. 범인이 만든 작품은 시야에도 들어오지 않을 만큼 특별한 빛을 내뿜는, 훌륭한 작품을 말이지
아니. 범인은, 그런 이츠키의 작품을 보고 싶었던거겠지. 이츠키의 광팬으로서는 당연한 심리라고 본다
슈
그렇겠지. 하지만 실제로는 나는 슬럼프에 빠져서, 하나의 작품도 만들지 못한 채 정체되어 버렸다
다음 전시회에 출품해도 좋겠네, 라고 생각할만한 작품도 아직 만들지 못햇어
그러니까 원래라면, 너희들을 상대해주고 싶지도 않았을텐데. 난 그럴 여유가 없었으니까
결과론적이지만, 너희들 덕분에 숨통이 트였다는거다. 범인의 진의도 알게 되어서, 창작욕이 생겼다는거다
슈
자, 여기 나열된 누군가의 작품들을, 내 입맛에 맞춰서 덮어 씌워주지! 상관없겠지?
여기는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아틀리에 라는거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살금살금 범죄자처럼 숨어들어오지 말고, 당당하게 낮에 대문으로 쳐들어오라는거다!
비열하게 야습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칼을 맞부딪치자! 같은 예술이라는 무기를 들고, 만물을 창조한 신에게 맞서는 동지로서 말이다!
신이 빚은 이 세상의 일부를 우리들의 것으로 만들어보자는거야! 보다 아름답고 완벽하게 뛰어난 작품으로 재생산해서 화려하게 덮어씌우자는거다!
다시금 네 작품을 직시하고 이렇게 손으로 만져봄으로써 네가 그럴 자격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거야! 이제와서지만 인정하지, 너도 나와 같은 예술가다!
슈
내가 틀렸다! 네 작품이 내가 취약한 성적인 것을 소재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부정했었다는 거다!
천박하고 비열한, 작품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가짜라고 말이다!
그리고 난 네 작품을 부당하게 낮게 평가했다! 부정하고 매도했어! 넌 그걸 납득할 수 없어서, 화가 나서 이상한 짓을 벌인 거겠지!
그렇지? 그래도 넌 네가 추구하던 이상의 예술을 버리지 못하고, 동일한 작풍의 대물을 계속 만들었다는거다!
이번에야말로 내가 봐줄까 하고, 인정해줄까 하고 기대했겠지!
농! 제대로 훌륭한 작품을 만든다면, 나는 공정하게 그걸 평가해줄거다- 라고 믿어준거겠지?
그런데 나는 그런 나는 너의 작품을 징그럽다며 멀어지려고만 하고-
자네한테는, 그렇게 보였겠지? 하지만, 너는 하나 잘못 알고있다는거다!
슈
처음에는 그랬지, 혐오감만 있었다는거다. 하지만, 차차 너의 정념이 담긴 작품들에 매료되기 시작했다는거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오라를 내뿜는 작품들을, 그림을 하숙집으로 가져가서 매일 밤 바라봤을 정도로 말이지
쿠로
아아, 그 에로책 말하는건가
슈
그런 편견에 찬 어휘로 부리지 마라!
쿠로
어쨌든 좋지만, 에로책은 에로책이잖아
슈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는거다. 저속하고 열악한, 평가할만한 가치가 없는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렇다면 왜- 나는 그 작품을 가지고 방으로 돌아온거지?
어째서 창작 의욕을 잃고, 슬럼프에 빠진거지? 그건 나로서는 아틀리에에 늘어놓은 작품군을 “이길 수 없다“, 라고 생각해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지금의 나로 이기지 못하면, 더 뛰어난 작품은 만들 수 없을거라고 무의식중에 인정하고 말았다는거다!
하지만 난 그걸 납득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네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했다!
직접 작품을 만들지는 않고서! 비평가인척 잘난 척을! 같은 예술가라면 말로 늘어놓을 게 아니라 작품으로 승부했어야 했는데!
이제와서는 너무 늦은걸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것”을 하지! 자, 점점 덮어 씌울거다-
네 작품을, 너보다 못한 내 손길로
슈
어떤가, 참을 수 없겠지? 용서할 수 없는 악행이고 만행이겠지? 나를 동경하는 너라면 분명 나와 같은 타입의 예술가일테니 말이다!
설령 동경하는 사람이더라도, 자신의 작품을 더럽히는 것을 용인하지는 않겠지?
쿠로
하하. 그건 그거지, 네놈은 우리 엄마를 무척 좋아했는데도, 자기가 바느질하고 있는 옷에 옆에서 손대면 엄청 화냈었지
그립네.... 장난아니네, 잇쨩. 네놈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질리지도 않고 예술을 계속해왔잖냐
나도 의뢰가 없다는 그런 핑계대지 말고, 나를 위해서만이라도 꾸준히 의상 만드는 걸 열심히 해뒀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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